대만 여행을 계획할 때 관광지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타이베이 시내 중심가는 지하철로 15분 내외면 웬만한 곳을 다닐 수 있을 만큼 무척 가깝지만, 근교나 남부 지방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단순히 지도상의 거리만 보고 일정을 짰다가는 하루 종일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기에 지역별 이동 특성을 미리 파악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타이베이 시내 지하철 여행은 정말 15분이면 끝날까
타이베이 시내는 지하철인 MRT 노선이 무척 촘촘하게 짜여 있어서 관광객이 주로 찾는 명소들은 서로 아주 가깝게 붙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랜드마크인 타이베이 101 빌딩까지는 빨간색 라인을 타고 단 7정거장만 이동하면 되는데, 실제 열차를 타고 있는 시간은 13분 정도밖에 안 됩니다. 시내 북쪽의 스린 야시장과 남쪽의 융캉제도 지하철로 20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라 하루에 3~4곳을 둘러보는 게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타이베이 메인역 같은 환승역은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까지 나가는 데만 10분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직접 경험해 보니 역 안에서 걷는 거리가 만만치 않아 실제 체감하는 이동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게다가 대만의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에 단 500m를 걷더라도 한국에서 1km를 걷는 것보다 훨씬 빨리 지치게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대만 고속철도로 북에서 남까지 90분 만에 주파하기
타이베이가 있는 북부에서 가오슝이 있는 남부까지의 거리는 약 350km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와 비슷한데, 대만의 고속철도인 THSR을 이용하면 무척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역에서 가오슝의 주잉역까지 직통 열차를 타면 약 94분 만에 도착합니다. 아침 일찍 서두른다면 타이베이 숙소를 그대로 두고 가오슝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물리적으로는 가능합니다.
| 구간 | 이동 수단 | 소요 시간 | 비용 (편도 기준) |
|---|---|---|---|
| 타이베이 – 가오슝 | 고속철도(THSR) | 약 90분 ~ 120분 | 약 1,490 TWD |
| 타이베이 – 타이중 | 고속철도(THSR) | 약 50분 ~ 60분 | 약 700 TWD |
| 타이베이 – 화롄 | 일반열차(TZE-CHIANG) | 약 2시간 ~ 3시간 | 약 440 TWD |
다만 고속철도 역들이 시내 중심가와 조금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예를 들어 타이중이나 가오슝에 도착해서 다시 시내로 들어가려면 현지 지하철이나 버스로 갈아타고 20~30분은 더 가야 합니다. 기차 타는 시간만 생각하고 일정을 잡으면 현지에서 약속 시간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으니 앞뒤로 여유 시간을 충분히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예스진지 근교 투어에서 마주하는 이동 시간의 함정
대만 여행의 꽃이라고 불리는 예류, 스린, 진과스, 지우펀 일명 예스진지 코스는 타이베이 시내에서 동북쪽 외곽에 몰려 있습니다. 지도상으로는 시내와 멀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버스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가야 합니다. 특히 지우펀으로 가는 965번 버스나 1062번 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기 때문에 멀미가 심한 분들에게는 꽤 고역일 수 있습니다.
근교 여행 시 꼭 알아두어야 할 주의사항들이 있습니다.
-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지우펀으로 향하는 도로가 엄청나게 막혀서 평소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 대기 시간이 발생하므로 택시 투어나 일일 버스 투어를 이용하는 게 체력을 아끼는 방법입니다.
- 유명한 천등 날리기를 하는 스펀 역 주변은 기차 시간이 일정치 않아 기차를 놓치면 다음 차까지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실제로 버스를 타고 지우펀에 갔을 때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너무 몰려 이동 자체가 불가능했던 적이 있습니다. 관광지 간 거리는 짧아 보여도 현장 상황에 따라 이동 효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유로운 여행을 원하신다면 하루에 너무 많은 근교 명소를 욕심내기보다 두 곳 정도만 정해서 깊이 있게 둘러보는 편이 현명합니다.
대만은 분명 이동 편의성이 훌륭한 나라입니다. 시내는 촘촘한 지하철망이 있고 지방은 쾌속 열차가 연결해 주니까요. 하지만 날씨와 인파, 그리고 역 내부의 복잡함을 고려하면 단순히 수치상의 시간보다 1.5배 정도는 더 걸린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짧은 거리를 가더라도 그 사이사이에 숨은 매력적인 골목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계획은 꼼꼼하게 세우되 현장에서는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대만의 풍경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