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나 강릉처럼 북적이는 관광지에 질렸다면 강원도 고성으로 눈을 돌려보세요. 고성 여행 가면 꼭 가야할 곳은 어디인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여기는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동네라고 말하고 싶네요. 투명한 바다와 보랏빛 라벤더 농장, 그리고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전망대까지 고성만의 매력은 분명합니다. 다만 이름난 명소들이 꽤 떨어져 있어서 동선을 잘 짜지 않으면 길 위에서 시간을 다 버릴 수도 있어요.

직접 발로 뛰며 느낀 생생한 정보와 함께 광고에는 나오지 않는 솔직한 주의사항까지 정리했습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는 실제로 가서 겪게 될 상황들을 중심으로 적었으니 계획 세울 때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6월에만 볼 수 있는 보랏빛 물결 하늬라벤더팜은 가볼 만한가요?
매년 이맘때 고성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열에 아홉 하늬라벤더팜일 겁니다. 약 1만 평 규모의 농장에 라벤더가 가득 피어 있는데, 보라색 문과 트랙터 같은 소품들이 있어서 사진 찍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더라고요. 입장료는 어른 기준 6,000원인데 꽃 상태에 따라 조금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고 인생 사진을 건져서 만족할 수도 있는 호불호가 갈리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낮의 땡볕 아래서 보라색 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늘이 거의 없어서 양산이나 모자가 없으면 금방 지치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라벤더 향기를 맡으러 온 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벌 무서워하는 분들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 다니기도 하더라고요. 꽃이 만개하는 6월 중순에는 평일 오전 10시만 넘어도 주차장이 꽉 차니까 아예 개장 시간인 9시에 맞춰서 일찍 방문하는 것을 권합니다.
농장 안에서 파는 라벤더 아이스크림(3,500원)은 한 번쯤 먹어볼 만해요. 맛보다는 사진용으로 예뻐서 다들 하나씩 들고 있는데, 날씨가 더우면 1분 만에 녹아내려 손에 다 묻으니 물티슈를 미리 챙겨가는 게 좋습니다. 꽃 구경은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주말 오후에 가면 사람 구경만 하다가 올 수도 있다는 점 꼭 기억해두세요.
아야진 해수욕장의 무지개 해안도로는 정말 사진처럼 예쁜가요?
고성 바다 중에서 요즘 제일 핫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아야진 해수욕장입니다. 해변을 따라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무지개색 방호벽 덕분에 대충 찍어도 화보처럼 나오거든요. 수심이 얕고 바위 사이사이에 작은 물고기나 게들이 많아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바다 색깔도 에메랄드빛이라 여기가 동해인지 제주도인지 헷갈릴 정도로 맑더라고요.
하지만 예쁜 겉모습 뒤에 숨은 단점도 명확합니다. 주말 주차난이 정말 심각해요. 도로변 주차 구역은 아침 일찍이 아니면 자리가 없고, 좁은 골목길에 차들이 엉켜서 꼼짝달싹 못 하는 상황을 자주 봤습니다. 그리고 무지개 돌 위에서 사진 찍을 때 차들이 바로 옆으로 쌩쌩 지나가서 위험할 수 있으니 안전에 주의해야 합니다. 바위 주변은 이끼 때문에 미끄러운 곳이 많아서 슬리퍼보다는 샌들을 신는 게 나을 거예요.
아야진 근처에는 통창 유리로 바다를 볼 수 있는 대형 카페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커피 한 잔에 7,000~8,000원 하는 사악한 가격이지만, 에어컨 바람 아래서 무지개 해안선을 내려다보는 여유는 포기하기 힘들더라고요. 사람이 너무 많은 게 싫다면 차로 5분 거리인 천진해변이나 백도해변으로 살짝 이동해 보세요. 훨씬 한적하고 고즈넉한 고성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갈 때 신분증 없으면 절대 못 들어가나요?
고성까지 왔는데 우리나라 최북단 땅을 안 보고 가면 서운하죠. 통일전망대 타워에 올라가면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날씨 좋은 날에는 북한군 초소까지 보일 정도로 가깝습니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이고 주차비 5,000원을 별도로 받아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비게이션에 바로 통일전망대를 치고 가면 안 되고, 반드시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 먼저 들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출입신고소에서 신청서를 쓰고 안보 교육을 받아야 민통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이때 일행 중 한 명은 반드시 실물 신분증이 있어야 합니다. 사진으로 찍어둔 신분증은 인정 안 해주는 경우가 많으니 꼭 지갑 확인하세요. 신고를 마친 뒤에도 차를 타고 군 검문소를 거쳐야 해서 절차가 꽤 까다롭고 시간도 걸립니다. 넉넉잡아 2시간 정도는 비워두고 방문하는 게 마음 편할 거예요.
| 장소 | 특징 | 방문 시간대 |
|---|---|---|
| 하늬라벤더팜 | 6월 한정 보랏빛 꽃밭, 인생샷 명소 | 오전 9시 (오픈런 필수) |
| 아야진 해변 | 무지개 방호벽, 얕은 수심, 가족 물놀이 | 평일 오후 혹은 이른 아침 |
| 통일전망대 | 금강산 조망, 분단의 현장 체감 | 오후 3시 이전 (입장 마감 주의) |
| 송지호 둘레길 | 울창한 소나무 숲과 호수 산책로 | 해 질 녘 산책하기 좋음 |
조용하게 걷고 싶다면 송지호 둘레길이 답이다
왁자지껄한 관광객 틈바구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송지호 호수를 추천합니다. 호수 둘레가 약 4km 정도 되는데 산책로가 평탄하게 잘 닦여 있어서 걷기에 참 좋더라고요.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자전거 대여소도 있어서 30분 정도 가볍게 호수 한 바퀴를 돌 수도 있어요.
다만 호숫가라 그런지 여름에는 날벌레가 꽤 많습니다. 입을 벌리고 걷다가는 벌레를 먹게 될지도 모르니 조심하세요. 그리고 둘레길 중간에 매점이 거의 없어서 미리 생수 한 병 정도는 챙겨서 걷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망타워에 올라가면 호수와 바다가 맞닿은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입장료 1,000원이 아깝지 않은 시원한 뷰를 자랑합니다.
고성은 화려한 놀 거리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느끼기에 최적화된 여행지입니다. 속초에서 차로 20~30분만 올라오면 공기부터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다만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엔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서 렌터카나 자차 이용이 필수라는 점은 미리 알아두세요. 이번 주말, 복잡한 일상을 잠시 잊고 푸른 바다와 보랏빛 향기가 가득한 고성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